모교탐방기..

<< 좌로부터 코난,다이스,포비...그리고 사진 몬스키>>

어제오후..  아이들과 63빌딩 놀러갔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멀지않은곳이라 잠시다녀왔습니다.
위치가 왕십리 행당2동 무학국민학교였습니다. 당시에 왕십리 똥파리... 라는 말이 유행했을정도로 달동네같은 곳이었죠..  77년에 강남의 국민학교로 전학을 간 이후로 29년만에 찾아본 모교...  가는내내 설레였답니다...
거리는 전혀 알아볼 수없을정도로 변해 있었고, 마당이 족히 200평은 넘을듯한 저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더군요.. 혹시 그땅의 주인들은 지금 떼부자???ㅋㅋ
마침 네비게이션이 있어 손쉽게 찾을수 있었습니다만...  도착해서 한참을 둘러봤는데 학교앞표시는 있으나 정작 입구를 못찾았습니다..
드디어 찾은 작고 초라하고 낡아빠진 그리고 녹이슨 학교문패...  차 한대정도가 간신히 지나갈듯한 비좁은 진입로.. 빽빽이 주차되어있는 차들...   너무너무 충격이 컷습니다.  정말 이게 내 기억속의 학교인가?
안으로 들어가면서 진입로 옆에 풍경이 눈에 확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인지 아닌지 추억의 내음들... 아직도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몇몇 주춧돌과 조형물들을 발견하고 잠시 다시한번 설레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학교의 전경이 나타나면서..
거의 30년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여기저기 날림으로 보수한 흔적이 있는.. 건물을 보고 거의 주저앉을뻔 했습니다. 어쩜 이럴수가~  흉물스러운 커다란 입구의 철문..
너무너무 실망해서 화가 났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지금도 후배들이 공부한다니.. 그것도 어린아이들...
그런 내 기분과는 달리.. 와이프와 아이들은 천진난만 하기만 했었습니다.
진정이 된후..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곤 이내 모든것 잊고 추억에 사로잡혀 입가에 미소가 새어나옵니다.
이곳은 일제시대때 소학교였던 곳이어서 시커먼 마루바닥을 전교생이 일렬로 꿇어앉아서 기름걸래로 열심히 닦던 기억.. 지금생각하면 완전히 어린애들에게서 노동력을 착취했었지만.. 머 그것도 추억이라면 추억이네요..
당시에는 안쓰는 교실도 많아서 귀신나온다고도 많이했고, 제가 그때 천하에 없는 사고뭉치라서 폐쇄된 교실 마구 뛰어놀다가 대못에 찔려서 한달간 다리를 절던 기억도 있고. 오른쪽 허벅지에 아직도 흉터가 있죠..
일제시대때 쓰던 대피소도 있었고, 지하층에는 독립투사 고문하던 고문실도 있었는데..
동네에서 유일한 이동극장 이기도 했고..ㅋㅋ 한달에 한번씩 삼륜 이동극장차가 털털거리고 와서 온동네에 확성기로 떠들고 다녔고.. 저녁에 영화두편 동시상영해주고 얼만가 받았던거 같습니다.  근처엔 시내가 흘렀고 주변엔 산딸기가 엄청나게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산딸기 때문에 애들끼리 패싸움을 하며 구역을 지켰던 기억도..ㅋㅋ
그리고 유난히도 소독차가 많이 지나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하루종일 따라다녔죠.
학교앞엔 항상 뽀끼아저씨가 계셨는데..  달고나.. 쫄쫄이.. 쨈.. 아주 환장을 했죠..
그리고 고학년이 되어서는 뽀끼보다는 오징어랑 소라를 데쳐서 썰어주는 리어커에 더 모여있었죠.  초고추장이 예술이었습니다. 접시채로 들고 핥다가 어머님께 뒷통수 여러차례 맞았죠.
"추접한 놈" 맞은 이유였죠..ㅋㅋ  그런데 이후로 30여년동안 그 초고추장 맛은 어디에서도 맛볼수 없었답니다.  도데체 뭘집어넣었을까요?
그건그렇고 반은 몇반이었는지 친구들,선생님들, 은 기억이 도통 나지 않았습니다.

살포시 잡아끄는 와이프의 손길에 돌아보니..  아이들이 마침 촉촉한 땅이어서 기어나온 왕지렁이 한마리를 쳐다보느라 정신을 빼놓고 있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랑하는 내 모교여.. 이젠 내아이들 한테 보여주기 좀 챙피할정도로 낡아버렸지만... 내가왔음를 알아보고 왕지렁이를 내보내서 환영해 주니 고맙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내게 베푼기운으로 나 이렇게 까지 성장해 이곳에 사랑하는 내 아이들과 함께 섰다.  어느새 훌쩍 나이들어버린 내게 달콤한 추억과 추진력의 원천을 채워주었구나..  한때나마 너를 쉬이여겼던 나의 이기를 용서해라.  지금까지 그모습 그대로 남아있어줘서 고맙다.  그리고 다시 와볼수 있을진 모르지만 내마음 한구석의 너의모습은 내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간직하고 있을꺼야.
안녕..  나의 모교여..

by 쮸쮸대디 | 2006/08/28 15:54 | Me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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